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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 번(수호천사)

수호천사 – 4

by 제이미잼잼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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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크리스토퍼가 18개월쯤 되었을 때 나는 아이를 앞뜰에 데리고 나가 놀게 한 뒤, 작은문을 잠그고 현관문을 열어 둔채 침대를 정리하기 위해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때 엘리샤 천사가 잠깐나타났다.

안녕, 로나. 곧 방문객을 맞게 될 거라는 말만 전하려고 왔어.”

내가 한 마디도 하기 전에 엘리샤 천사는 사라졌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참 쏜살같은 방문이군.”

 

엘리샤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엘리샤를 금방 잊고 침대 정리를 계속했다. 창문 밖으로는 수시로 크리스토퍼를 확인하면서. 그러다가 작은 문간방으로 들어가는데 현관 앞에서 빛이 번쩍이면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린 여자아이의 영혼이 현관으로 걸어 들어왔다. 검고 긴 웨이브머리에 짙은 파란색 눈을 하고 있었다. 검정색 칼라가 있는 코트에 모자를 쓰고, 검은색 구두에 무릎까지 오는 양말을 신고 있었다. 소녀는 춤을 추며 주방쪽으로 갔고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소녀를 따라 주방으로 갔다.

이 작은 영혼은 아직도 수호천사와 함께 있었다. 나는 수호천사를 가진 영혼은 좀처럼 본 적이 없었다. 원래 수호천사들은 죽은 후 잠시 동안만 우리 곁에 머문다. 왜냐하면 영혼이 우리가 천국이라고 부르는 문을 통과한 후에는 수호천사의 도움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 어린 여자아이는 마치 당신과 나처럼 피와 살이 있는 인간으로보였다. 그 당시 나는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녀의 수호천사는 투명했고 마치 생명으로 가득한 빗방울 같았다. 그 수호천사는 형형색색의 빛을 발산하면서 그녀를에워싸고 있었다. 모든 수호천사들에게 저마다 특징이 있긴 하지만, 외모는 대게 비슷하다. 형제자매들이 서로 닮았으면서도 각자 개성이 있는 것과 약간 비슷하다. 그래도 나는 서로 다른 수호천사를 구별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어린 소녀의 수호천사는 마치 인간 세계와 그 안에 있는 모든것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듯이 그녀 주위를 움직이고 있었다. 수호천사는 심지어 소녀의 발이 땅에 닿는 것까지 막아 주고 있었다. 때때로 소녀의 수호천사는 고개를 돌려 내게 미소를 짓고는 나더러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었다.

소녀가 몸을 돌리더니 깡충 뛰어 주방에서 거실로 간 다음 현관을 통해 둘 다 번쩍 하며 사라졌다. 그 후 몇 달 동안, 소녀는 대부분 자신의 수호천사와 함께 나타났다. 그리고 거의 항상 현관문이 열려 있을 때만 왔다. 소녀가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었을 때, 그녀는 자기가 죽을 때 혼자였다고했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수호천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나에게 수호천사가있는지 정말 몰랐어. 나는 당신이 그곳에 있는 줄 전혀 몰랐어.”

어린 소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한 것처럼 보였고, 그녀의 수호천사가 아래로 내려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 같았다. 나는 큰 사랑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으며, 내 눈에도 눈물이 가득 찼다. 어린소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깡충 뛰어 문 밖으로 나갔다.

한번은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애니라고 소개했다. 그녀의 수호천사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표시로 항상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기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질 문을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어느 날 아침, 엘리샤천사가 다시 나타났다. 나는 즉시 말했다.

다시는 지난번처럼그렇게 빨리 사라지지마.”

엘리샤 천사가 말했다.

우리 현관 계단에앉자.”

나는 물었다.

엘리샤, 그 어린 소녀와 그녀의 수호천사가 나를 보러 오는 이유가 뭐지?”

엘리샤가 대답했다.

로나, 애니는 자신이 살아 있을 때 누군가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그녀는 혼자 죽었고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심지어 자신의 엄마와 아빠조차도. 그녀는 죽어갈 때 그들을 찾을 수가 없었어.네가 그녀에게 부모가 되어 줄 수 있도록 그녀의 수호천사가 그녀를 너에게 데려온 거야. 이것은 너에게 부탁하는 큰일이야, 로나.”

 

나는 말했다.

엘리샤, 당신도 알다시피 그렇게 되고 있어. 나는 애니가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이 아니고 영혼이라 할지라도 애니를 보고 싶어. 애니에게 자꾸 마음이 쓰여. 애니의 수호천사가 나의 그런 마음을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사랑으로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 고마워 엘리샤.”

엘리샤가 사라지며 말했다.

그럼 잘 있어. 로나.”

 

애니의 방문은 더 잦아졌고 거의 매일 오다시피 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는 내 이름을 불렀다.

로나, 내가 불 속에서 죽은 걸 알고 있지? 나는 아무도 찾을 수가 없었어. 나는 소리쳤지만 누구도 내 소리를 듣지 못했어. 나의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었지? 엄마 아빠는 신경 쓰지 않은 거야. 그들은나를 사랑하지 않았어. 나는 누워서 울부짖고 있었고, 깨어나보니 천국에 있었어.”

 

나는 대답했다.

애니, 네가 천국으로 돌아갈 때 너는 너의 엄마와 아빠를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그분들이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애니가 나의 말을 가만히 듣더니 손을 뻗어 잠깐 동안 나를 안았다. 그 포옹 속에서 나는 그녀의 육체를 느꼈다.

그녀가 말했다.

내가 알아야 할 것은 그것뿐이야. 내가 인간 세계에서 사랑받았었다는 사실 말이야.”

애니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더니 자신의 수호천사와 함께 문밖으로뛰어나갔다.

나는 신에게 감사드렸다. 애니가 이제 그녀의 부모와 함께 천국에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고 나니 기뻤다.

때로 신과 천사도 한 영혼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이 살아 있을 때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그래서 신은 애니를 수호천사와 함께 인간 세상으로 보냈다. 그리하여 소녀는 자신을 살았을 때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이해하기는힘들겠지만, 소녀는 자신이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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